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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달 28일 조기총선을 실시한다고 밝히고 캐나다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부당한 무역 조치와 우리 주권에 대한 위협 탓에 생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진짜 나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를 무너뜨려 미국이 우리를 소유할 수 있게 하려 시중은행이자율 한다. 우린 그러한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캐나다 총선은 오는 10월 예정돼 있었지만 지난 1월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조기총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트뤼도 전 총리에 이어 자유당 대표를 맡아 지난 14일 총리직에 오른 카니 총리는 취임 열흘 만에 조기총선을 선언했다. 트뤼도 전 부동산저축은행 총리 사임 선언 당시만 해도 지지율이 우파 보수당(44%)의 절반도 안 됐던 중도 좌파 자유당 지지율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 뒤 급상승해 최근 보수당 지지율과 박빙 수준까지 올라오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캐나다 정치는 격랑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 주휴수당 계산법 하자 관련 대응을 두고 당내 내분이 일며 이미 지지율이 바닥을 친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도 전에 사임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조기총선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변수로 등장하며 보수당의 낙승이 예상됐던 올 초와는 매우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가 실행을 미루고 일부 전세자금대출 신용등급 면제하기를 반복하며 수출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캐나다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캐나다 CBC 방송이 종합한 여론조사 평균을 보면 23일 기준 자유당 지지율이 37.5%, 보수당 지지율이 37.1%로 사실상 동률을 이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인 1월20일 기준 보수당 지지율(44.8%)이 자유당 지지율(21.9%)의 두 배 직장인 이벤트 이상이었던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자유당의 약진은 이번 선거에서 캐나다인들의 관심 초점이 경제·인플레이션 관련 정권 심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응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이뤄졌다. 자유당 지지율은 코로나19 대유행기를 거치며 인플레이션 및 백신 반대 시위, 주택 비용 상승, 2015년부터의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하락해 이미 2022년 중반부터 보수당에 역전된 상태였다.
캐나다 여론조사업체 나노스가 캐나다인 10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18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국가의 가장 중요한 문제 1위(26.8%)로 트럼프 대통령 및 미국과의 관계가 꼽혔다. 같은 기관의 불과 한 달 전(2월14일) 조사 결과(15%)에 비해 크게 뛴 것이다.
지난달 14일 조사에선 일자리 및 경제(19.9%)가 국가의 가장 중요한 문제 1위로 꼽혔지만 지난주 조사에선 2위(16.7%)로 밀렸다. 같은 기간 보건 문제를 국가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은 비율도 8.7%에서 7.8%로, 인플레이션을 꼽은 비율도 7.9%에서 6%로 떨어졌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메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경제에 대한 공격과 트뤼도 전 총리의 사임이 결합해 "게임 체인저"가 됐다며 "유권자들이 과거가 아닌 미래에 다시 집중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때 트뤼도 전 총리에 향하던 분노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게 됐다"며 이번 선거가 자유당이 집권한 "과거 10년"을 다룬다면 보수당이 크게 유리했겠지만 "현 시점에서 차기 총선은 미래에 관한 것,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서 누가 가장 방향을 잘 잡을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넘어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며 주권에 대한 공격을 일삼아 캐나다인들의 미국에 대한 반감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취임 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가 주권 국가라는 것을 인정해야" 무역 협정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역대 캐나다 총리들이 일반적으로 미국과의 교류를 최우선 순위로 둔 데 반해 카니 총리는 취임 뒤 첫 방문국을 영국, 프랑스로 택해 미국과 거리를 두고 유럽과의 협력을 증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보수당을 이끄는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유사성을 지적 받고 있다.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진보적 의제를 비꼬는 표현인 "웍(woke·깨어 있음)"을 끝내겠다고 공언하고 "남성과 여성" 두 성별만을 인지하고 있다고 발언해 성소수자 배제를 시사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주장을 펴 왔다. CBC는 포일리에브르 대표를 포퓰리스트로 분류했다.
최근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유세 기간 기존 자신을 취재하던 정치 담당 기자들과 당의 선거용 이동 수단에 함께 탑승하는 것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는데 이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통신의 백악관 출입 금지 조치 등 언론 취재 제한을 떠올리게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 유권자들이 규제 완화, 자원 개발을 위한 환경 정책 포기, 공영 방송 지원 삭감 등을 주장해 온 포일리에브르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과 이념적으로 너무 유사해 그에 맞설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이번 선거에 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구호와 유사한 "캐나다 우선(Canada first)"을 내세우기도 했다.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 동조한다는 인식을 없애려 노력 중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을 보면 23일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한 캐나다"를 원한다며 "내가 세금을 깎고 자원(개발)을 풀고 일자리를 되돌리고 싶다고 할 때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나쁜 소식"이라고 주장했다. 캐나다는 "절대 미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존중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나다 시장조사업체 레제(Leger)의 부사장 앤드루 엔스가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응을 주도하며 카니 총리가 확실히 초기 우위를 보였다"면서도 "이번 선거가 포일리에브르 대표에게 자유당이 9년간 집권했을 때보다 더 강한 캐나다 경제를 건설하겠다는 그의 주장을 펼칠 기회를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고 전했다.
▲23일(현지시간) 조기총선 실시를 밝힌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엄지를 들어 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캐나다 보수당 대표가 캐나다 퀘벡주 가티노 역사박물관에서 연설 뒤 아들을 품에 안고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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