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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기자는 오는 주말 전라북도 장수군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 대회 '장수트레일레이스' 20km 부문에 출전한다. '산넘어 출근하기'는 대회 참가를 위한 훈련의 하나로 진행했다.
산에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딱히 없다. 그럼에도 트레일러닝 대회에 나가고 싶었던 것은 산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 함께 같은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 같이 입는 티셔츠, 다 같이 부르는 노래, 다 같이 걷는 길 같은 것들 말이다. 이 모든 것을 응축시켜 놓은 것이 '대회'다. 대회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같은 급전대출 급전82닷컴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다. 아주 열심히. 그래서 나는 '대회'라는 행사가 참 좋다. 산에서 열리는 대회는 흔치 않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트레일러닝 대회다.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없다. 그 일에 참여하기로 했다. 장수트레일레이스 20km 부문에 나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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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로 뒤덮인 출근길. 모험을 하는 기분이었다. 사진=정유진 기자
해본 적 없는 건 또 있다. 살면서 오르막을 달려본 적도 없다. 20km를 달려본 적도 없다. 겪어보지 않은 걸 해보기 위해선 훈련이 필요했다. 월간<산> 4월호 마감을 하면서 매일 6km를 뛰었다. 산에 갔을 무료신용등급조회 때는 오르막이 나와도 쉬지 않고 오르는 것을 연습 했다. 그래도 뭔가 부족했다. 더 강한 게 필요했다. 장수트레일레이스 70km 부문에 출전하는 선배와 '북한산 넘어 출근하기'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편집장은 "재밌겠다!"며 흔쾌히 허락했다. (선배는 북한산으로 오는 길 발목을 다쳐 도전을 미뤘다. 결국 산 넘어 출근하기는 혼자 진행했다.)
카드마술 훈련 당일, 산 입구에서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내가 어디게? 북한산 넘어 출근하고 있어!" 웃음과 함께 대답이 돌아왔다. "좋은 출근길이다!", "짱이다!" 산에 다니는 친구들이었다. 일반 친구에게 이 사정을 말했다면 "그런 걸 왜 하느냐"고 질색했을 것이다.
비가 뚝뚝 떨어졌다. 으스스한 날씨였다. 숲에 안개가 잔뜩 깔 주택저당대출 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모험을 떠나는 느낌이었다. 나뭇잎에 '토독, 토독'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빗소리에 집중하며 올랐다. 숨이 가빠지니 숨소리가 더 크게 들려 더 이상 빗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우이동에서 북한산 영봉으로 올라가 백운대를 지났다. 점점 힘이 빠졌다. 사진=정유진 기자
하루재에서 쉬었다 가려는 계획은 '조금 더, 조금 더'하는 속삭임에 이끌려 결국 백운대까지 밀려났다. 그렇게 산의 정상까지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동안 했던 훈련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인지 지치기보다는 힘이 났다. 가파른 오르막을 성큼성큼 올랐다. 중간중간 나온 내리막에선 폴짝폴짝 뛰어 내려갔다. 안개가 자욱하게 핀 숲속 풍경에 기분까지 좋았다. 이렇게 멋진 출근길이 있다니, 웃으며 산을 오르내렸다.
7km 지점쯤, 급속도로 몸이 피곤해지더니 졸음이 밀려왔다. 눈이 감기고 다리가 흐느적거렸다. 표정이 굳어졌다. 발목도 아픈 것 같았다. 초반에 기분 좋아 펄쩍거리다 돌에 찍혀 피가 나던 무릎에서 통증도 크게 느껴졌다. 흐르는 땀과 함께 체력이 쭉쭉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걸 하자고 한 선배가 원망스러웠다. 추위에 벌벌 떨며 삼각김밥을 먹었다. 얼굴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비를 소매로 닦았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울고 있는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출근길 후반부에 이르자 에너지가 빠진 모양인지 졸음이 밀려왔다. 챙겨온 삼각김밥을 먹으니 졸음이 달아났다. 사진=정유진 기자
뭘 좀 먹으니, 힘이 났다. 다시 속도를 내 평지나 가파르지 않은 곳에서는 조금씩 달렸다. 햇빛이 조금씩 비쳤다. 길가에 핀 꽃들과 이따금 펼쳐지는 풍경들, 멋진 바위 봉우리나 누워서 쉬고 싶은 널찍한 바위 터를 그냥 지나쳤다. 아쉬움도 함께 스쳤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내 모습이 낯설고 어색했다. 지나가던 등산객이 "왜 이렇게 빨리 가세요?"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마음에 드는 답변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건 훈련이에요'라고 말해도 무엇을 위한 훈련이며, 그 훈련을 왜 여기서 하고 있는지 등을 설명하려면 걸음을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누구도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뛰는 내내 통쾌함과 아쉬움 사이를 계속해서 오갔다.
결국 고민 끝에 하산 길에서 좋은 바위 하나를 골라 벌러덩 누웠다. 그 바위에 누워 5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바람이 느껴지고 비를 머금은 풀 냄새가 났다. 누워서 보는 하늘엔 구름이 지나갔다. 마음이 고요해졌다. 바위의 시원한 기운이 등 뒤에 퍼졌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산을 빠져나오며 시간제한이 없는 트레일 러닝 대회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 빨리 코스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멋진 무언가를 담아오는 사람이 우승하는 대회 같은 것을 그렸다.
하산 직전, 너른 바위 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위에 누워 5분쯤 눈을 붙였다. 사진=정유진 기자
산에서 내려와 역으로 향했다. 오후 2시 30분이었다. 출근 시간보다 퇴근 시간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출근해야 했다. 사무실에 도착해 컴퓨터 화면을 켜는 것까지가 이 프로젝트의 완성이었다. 햇살에 비와 땀이 식어 다시 보송보송해졌다. 바람이 살살 불어 덥거나 찝찝하지도 않았다. 지하철 화장실 세면대에서 얼굴을 닦았다. 소매를 들어 냄새를 맡았다. 다행히 땀 냄새가 나지 않았다. 등산배낭을 메고 스틱을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탔다.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옆 사람이 도망가지 않았다. 다시 한번 안심했다.
등산복 그대로 매일 아침 출근하던 건물로 들어섰다. 스틱, 배낭과 함께 있는 내 모습을 누군가 봐주길 바랐다. 아는 사람을 마주쳐 자랑하고 싶었다. "저 오늘 산 넘어서 출근했어요!" 아무도 부러워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시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나 출근 완료했어!" 친구들의 환호성이 돌아왔다. 무사히 사무실까지 찾아와 자리에 앉았다. 통쾌하고 상쾌했다.
선배가 자리에 찾아와 어땠냐고 물었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좋았어요!" 그러고는 혼자 뒷말을 덧붙였다. '뭐가 좋았냐면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랑, 공기 중에 느껴지는 안개 방울들, 피나는 무릎을 걱정해 준 할아버지들이랑 수묵화같이 펼쳐진 북한산 풍경 그런 것들이요! 짧았지만 쏜살같이 숲길을 통과했던 순간들도요. 무엇보다도 업무시간에 다른 걱정 없이 산을 탈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어요.'
어디서 어떻게 달렸을까?
이번 훈련은 우이동에서 시작해 백운대를 찍고 대동문, 족두리봉을 지나 불광역으로 하산하는 코스였다. 총 13.6km, 획득고도 1250m. 산을 구경하느라 머뭇거린 시간들 포함해 5시간 31분 걸렸다. 최고 속도는 시속 6km 정도, 체력 부족으로 후반부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 기대했던 기록을 내지 못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떤 걸 신고 갔을까?
스카르파 리벨레런 LT와 함께했다. 비 때문에 바위 표면이 꽤 미끄러운 상태였는데, 믿음직한 접지력을 발휘했다.
정유진 기자의 궁금증
팀 스카르파 염주호 선수. 사진=스카르파 코리아
훈련하다가 궁금한 것이 생겼다. 팀 스카르파의 염주호 선수에게 질문했다.
Q 산에서 빠르게 걷거나 달리다가 발목을 접지를까 걱정입니다. 발목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A어떻게 해야 하나요? 테이핑이 도움이 될까요? 보강운동에는 어떤 게 있나요?
발목 테이핑이 도움 됩니다. 무릎 같은 부위는 경기 중 테이프가 자주 떨어져요. 발목은 그런대로 끝까지 유지됩니다. 발목을 테이프로 'X'모양으로 휘감으면 단단하게 고정해 줄 거예요. 효과가 좋습니다.
염주호 선수가 알려준 발목 테이핑 방법. 그림=윤성중 기자
Q 가다가 졸음이 밀려올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뭘 좀 먹는 게 도움이 되나요?
A 달리다가 졸음이 밀려올 땐, 콜라나 커피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는 에너지젤 중에 카페인이 들어있는 제품을 먹어도 되고요. 다만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화장실 이용을 부추기니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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